마감을 서두르는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앞 거리 위로
채소며, 과일이며, 정성스레 다듬어진 재료들을 늘어놓고,
소매상들이 멀뚱하니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소매상이라 할 것도 없다.
길 위에 보자기 하나 깔아놓고,
뒷마당에 키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적은 양의 나물 몇 가지들을 펼쳐 놓았을 뿐이다. 얼마나 팔았을까? 채소가 담겨진 바구니는 아마도 처음 이곳에 자리를 깔았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쉼없이 사람들을 토해내던 마트의 문이 닫히고,
거리의 인적이 드문드문해진다.
소매상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다.
바구니의 무게는 끝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 하루도 공쳤구나-
부끄러웠다. 나 역시 마트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혼자살이엔 언제나 많은 양을 파는 마트.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 푸석푸석한 채소들.
결국 버리고야 마는 것들을 사들고 가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것보다,
행여 이것이 동정일까, 잊혀진 감상일까 의심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생각이 거기에서 그만 멈춰버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창피해서, 슬퍼서, 화가 나서 돌아오는 길.
이런 게 구조인거야. 구조. 수없이 되뇌었던 말들.
잊혀진 단어들.
그래, 그래서 넌 도대체 뭘 할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