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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소외 1
  2. 2008.10.13 just as we are going
  3. 2008.10.09 편지
  4. 2008.10.01 앙코르와트
  5. 2008.09.27 와우북 페스티벌
  6. 2008.09.25 보이지 않는 것들의 사랑스러움
  7. 2008.09.23 모던보이...
  8. 2008.09.18 팬덤문화
  9. 2008.09.11 interview + open cinema
  10. 2008.09.04 드럼세탁기

소외

into the eye 2008. 10. 15. 02:05
밤 10시 불광역 3호선 출구.
마감을 서두르는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앞 거리 위로
채소며, 과일이며, 정성스레 다듬어진 재료들을 늘어놓고,
소매상들이 멀뚱하니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소매상이라 할 것도 없다.
길 위에 보자기 하나 깔아놓고,
뒷마당에 키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적은 양의 나물 몇 가지들을 펼쳐 놓았을 뿐이다. 얼마나 팔았을까? 채소가 담겨진 바구니는 아마도 처음 이곳에 자리를 깔았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쉼없이 사람들을 토해내던 마트의 문이 닫히고, 
거리의 인적이 드문드문해진다.  
소매상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다.
바구니의 무게는 끝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 하루도 공쳤구나-

부끄러웠다. 나 역시 마트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혼자살이엔 언제나 많은 양을 파는 마트.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 푸석푸석한 채소들.
결국 버리고야 마는 것들을 사들고 가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것보다,
행여 이것이 동정일까, 잊혀진 감상일까 의심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생각이 거기에서 그만 멈춰버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창피해서, 슬퍼서, 화가 나서 돌아오는 길.

이런 게 구조인거야. 구조. 수없이 되뇌었던 말들.
잊혀진 단어들.
그래, 그래서 넌 도대체 뭘 할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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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s we are going

Diary 2008. 10. 13. 22:02

나의 조급함이 누군가의 목을 죄지 않도록,
누군가의 욕심이 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그렇게
just as we are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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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book review 2008. 10. 9. 22:59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은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윤동주  詩 | 고승하 曲 | 안치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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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Diary 2008. 10. 1. 10:22
속내를 보고 말았다.
끝까지 감추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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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북 페스티벌

book review 2008. 9. 27. 22:53

북페스티벌의 최대 장점은 보고 싶었던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참여 출판사들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 별로 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나,
막상 보다보니 사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 결국 엄청 지르고 말았다.
나는 총 가방 꾸러미 네 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할인율이 높지 않았고,
특히 신간이나 좀 볼만한 책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일반 인터넷 서점들보다는 약간 싸게 파는 정도?
대폭 할인하는 상당수의 책들은 헌책방을 뒤져보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몇몇 출판사 부스들은 말만 잘 하면 책값을 더 깎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얄짤없이 적혀 있는 금액만큼만 할인해준다.

좀 더 책을 싸게 사고 싶다면
출판사들 말고 개인들이 여는 벼룩시장을 꼼꼼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페스티벌 거리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벼룩시장은(공영 주차장길 중 상수, 합정동 방면 길 무대 앞쪽) 가족단위로 나와 어린이들의 책을 처분하려는 사람들,
한때 누군가의 손길을 탔었을 사회과학서적과 지금은 구하기 힘든 만화책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격 저렴하고, 사람 적고, 흥정 가능하니 여느 벼룩시장 못지 않은 분위기가 참 좋다.
문제는 출판 부스들에 비하자면 책의 양이 훨씬 적으니,
사고자 하는 책이 없다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분위기만이라도 한 번 느껴보기를 권한다.

양손가득 책을 짊어지고 나오는 길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해외 북페어 가서 선배들이 "선물이야"라고 사오던 갖가지 도서관련 용품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예쁜 책갈피 같은 거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재활용 백 같은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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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는 모든 예술 중에서 음악이야 말로 가장 정신적인 것이라고 했고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는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만큼이나 눈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갖기가 어렵다'라는 표현으로 음악의 경이로움을 표현했었다.

그렇지. 음악은 눈속임을 할 수 없으니까 온전히 느낌이나 취향의 문제가 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묘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반짝이는 재주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겠지.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달라지는 느낌들이다.
나의 기분에 따라 - 때때로, 영화가 그러하듯이 - 시시각각 달라지는 선율의 느낌.
음표 하나하나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이 감정이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까, 기억은 오로지 신체에 각인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매일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매일 새로운 것을 듣는다.
하나하나 죽어가는 세포들을 일깨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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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film review 2008. 9. 23. 12:04

'해피엔드'와 '사랑니'에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분명 있었다. 그랬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 영화 '모던보이'에서는 정지우 감독이 가장 붙들고 싶었던게 무엇이었을까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해피엔드에서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던 깊이, 사랑니에서 서른의 인영이 꿈꾸던 섬세한 감정의 깊이는 이 영화에서 표면의 디테일에 맴돌뿐 안으로 파고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몇몇 감독들이 그런 전철을 밟았던 것처럼 스펙타클에 대한 과시욕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정지우 감독은 예쁜 화면을 뽑아내기 위해 장식적인 화면으로 덕지덕지 채워넣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분명 이 영화가 그런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시적이거나 과욕적인 화면은 아니다. )
어쩌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실패해버린 것일까? 동시대적 감수성을 절대 놓지 않았던 정지우 감독이 모던보이를 선택했을 땐 시대의 암울함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다. 과거엔 분명 존재했겠지만, 지금 세대에게 일제 시대가 암울한 트라우마일리 없다. '거짓 트라우마, 혹은 상실하지 않았음에도 상실했다고 믿는 '가짜 향수'가 왜 하필 이 영화에 다시 등장하는 것일까? 그리고 영화 속 수많은 디테일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 단지 표면일 뿐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모던보이와 함께 떠올랐다. 며칠간의 난감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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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문화

into the eye 2008. 9. 18. 04:33

오늘 우연히 한 케이블 연애정보채널에서 팬덤문화 - 특히, 십대들의 팬덤 - 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보내주는 걸 봤다.
이미 본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고, 오늘 그 후속편으로 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팬덤 문화에 대해선 적대적이고,
특히 팬덤문화가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거나 팬픽 문화가 성정체성을 왜곡하고 선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서 "또 이런 방송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프로에서는 이 '위험하고 경박스럽기까지한 십대들의 팬덤'을 자신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는 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방송에서 팬들의 인터뷰를 보고 느꼈던 점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긍정태이다.

1. 첫째 팬들은 자신들의 팬덤 문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
  - 이점이 왜 중요하냐면, 팬덤이 문화정체성 안에서 구성되고, 그 내적구성원들이 이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부터 자신들의 발화를 만들어낸다는 점 때문이다.
2. 팬덤문화 안에서 취향의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점. 특히 하위문화의 한 지류가 형성된다는 점. => 팬덤문화 내의 언어는 개별 집단이 공유하는 은어적 특성을 지닌다. 이 은어는 주류언어를 상실한, 혹은 그로부터 배제된 집단들의 일종의 저항적 기능어로서 종종 작용한다는 점을 유의할 것.

3. 이런 맥락에서 팬픽의 생산이나 팬문화 내에서의 취향의 공동체, 팬들 사이의 교류가 자생적으로 생겨난다는 점.

4. 팬픽이 왜곡된 성개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성개념 자체가 왜곡되어 있다는 점. => 따라서 중요한 것은 팬픽이라는 현상을 통해 보여지는 문화적 욕망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

그래서 방송관계자가 프로그램이 마련한 토론 이후 팬클럽들 사이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좋아했던 것은 말 그대로 자가당착. 그리고 그걸 팬덤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건 팬덤을 더욱 고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십대의 팬덤이 대중음악의 중요한 주체가 되었다는 말 역시, 팬덤이 바탕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다 잘라내버린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려하는 게 '십대 팬덤'이라면 언제부터 십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존중받았던 적이 있는가? 아, 정말 꼰대같은 훈계들과 언제까지 싸워야 될런지.

 - 아파두라이의 표현을 빌자면 이데오스케이프+미디어스케이브와 에스닉스케이프 사이의 현저한 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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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몇몇 의욕적인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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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인터뷰의 재미를 맛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만들 때 공간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스토리의 핍진성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폼잡지 않는 게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카메라 앞에서 뿜어낼 줄 알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들의 차이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동안 나는 수많은 영화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단 한 번도 귀기우려 듣지 않았다 - 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그들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이런 게 인터뷰의 재미라는 거겠지.
이제 조금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법을 배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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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있다 보면 늘 반복되는 패턴에 쉽게 질려버리게 된다.
그런데 어쩌면 조금 다른 '작당'들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오고가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의욕을 북돋운다.
혹은, 어쩌면 내 취향이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토론을 해 나가는 과정일지도.
영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한동안 질리게 싫었던 사람들. 혹은 메마른 애정.
하지만 '취향의 공동체'에서 주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드는 건 왜일까?
알 수 없는 자신감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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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조상 일반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어
어렵게 중고 드럼세탁기를 구매했었다.

일반적으로 많이들 얘기하는
깨끗하게 세탁이 되지 않는다거나,
전기를 많이 먹는다거나 하는 단점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일반세탁기에 비해 대단한 장점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기왕 구매를 할 거라면 저렴한 일반세탁기 강추-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통 안이 보인다는 거.
기능적으로야 별 도움 안 되는 거지만,
동글동글 돌아가는 통 속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맘이 편해진다.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생각이란 걸 해보고.
어쩐지 혼자서도 잘 살고 있는 기분.

가끔은 낭만적이기도 한 독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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