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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유성의 인연 流星の絆

쿠도 칸쿠로의 지난 분기 드라마라 보기 시작.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기 시작.
만류의 이유도 알겠고, 결말의 어정쩡함은 나 역시 불만이지만
간만에 쿠도칸 드라마 중에서는 좋았다.
물론 IWGP를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 그것의 뒤집어진 버전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는 일단 논외로 해야겠다. 
하지만 내 경우에 세대론적 문제를 얘기해버리면 두 손 들어버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전히 전세대는 뒷세대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건가.
죽은 부모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죽은 부모를 대신할 아비라 여겼던 자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희망을 뺏고,
결국 다시 어른따윈 믿고 싶지 않아라고 얘기하는 아이들.
(뭐 그러고서 다시 법의 이름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뭐냐 싶지만--;;;)
여기까진 뭐 그럭저럭 동의할 수 있는 선의 이야기고,
그닥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각자가 연출하는 사기극 혹은 외삽극이다. 만화로 치면 각 권의 본편이 끝난 후 작가가 번외로 그려넣는 삽화 같은 거다.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었으니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작가의 모든 상상력과 하고 싶은 속얘기가 드러나는 곳일 것이다. (원작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호숫가 살인사건", "용의자 X의 헌신" 등을 쓴 사람이다. 소설로는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고, 드라마나 영화로만 보았었는데, 넌덜머리 나는 우울함을 가진 사람임엔 분명한 듯 싶다.)
추정컨대, 원작이 굉장한 비관으로 일관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식으로 갔다면
이 드라마는 이 사기극(외삽극) 때문에 비관 일색으로 가지 않는다.
"유족도 웃을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냐?" - 니노미야의 이 말은 아마도 이 소설을 드라마화 시키고 싶은 작가의 애초의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14년동안 복수를 다짐하는데, 어릴 때 살해당한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 기간 내내 복수를 다짐할 수 있으며 쭈욱 우울할 수 있냐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쩌면 잊혀져가는 부모, 그래도 짐스러워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처를 가까스로 해결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세대론의 찌꺼기, 잔여물을 소진시켜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게 완전연소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말이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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