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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2 쌍화점
  2. 2008.12.27 내 아들의 연인
  3. 2008.12.10 PM6:30 - PM7:38
  4. 2008.12.04 so so
  5. 2008.11.17 변하는 것
  6. 2008.11.09 사촌의 결혼식
  7. 2008.11.06 커피와 담배
  8. 2008.11.05 내가 미쳐
  9. 2008.11.05 1
  10. 2008.11.04 찬 바람

쌍화점

film review 2009. 1. 12. 12:30
유하 감독의 주제는 어느 TV 프로그램에서의 말마따나,
"소년에서 성인 남성으로의 성장"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여기에는 성장하고 싶지 않은 소년, 순수의 표상으로서 소년과
어쩔 수 없이 성장해버린 남성, 퇴락한 남성이라는 대립이 존재한다.
성장하고 싶지 않지만 기어이 소년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돈과 여자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리고 <쌍화점>에서
소년들의 우정을 깨버리는 건 여자들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에서 남자들의 행복한 관계를 깨버리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그녀들은 팜므파탈이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쟁취하지 못하고, 서사에서 아웃당함으로써 처벌받는다.)
그의 영화에서 남자들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역시 언제나 깨질 위험이 있다라는 점에서 판타지다.
그래서, 성인 남성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 판타지의 세계 자체이다.
이 공간은 실제로 존재했던 공간이 아니라 유비적으로 거슬러올라갔을 때 존재했어야 하는 공간,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판타지의 세계가 된다.
그리고 이 공간이 판타지의 세계가 됨으로써, 현재의 상실감을 보상해줄 수 있는 심리적 기재로써
이 영화의 공간이 그의 영화에서 재등장하는 것이다.

<쌍화점>이 동성애적 코드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하지만, 이건 마케팅적 측면이 크다.
그의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성사회를 모티브로 한다.
사실 그의 영화의 내러티브 공간은 거의 대부분 언제나 이 동성사회 안에 존재한다.
이것은 그의 영화의 지속적인 주제였었고, 이번엔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소년들은 '상실'과 '성장'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소년들은 '성장'하고, 그것을 깨달은 뒤 '상실'한 무언가를 가정하고,
실제로 있었다고 믿어버리고, 그것을 찾아나선다.

그것이 소년들의 모험담이 되고,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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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연인

book review 2008. 12. 27. 14:26
정미경의 단편집 <내 아들의 연인>에 있는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의 소설을 다시 보게 된 건 몇 년 만이다.
오래 전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라는 하루키 소설 같은 그 묘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었건만,
끈적끈적한 우울과 감상이 서린 변절한 운동권의 자기고백들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성찰이라고도, 후회라고도 할 수 없는 자기애가 아니꼽게 여겨졌던 것도 같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난 그녀의 소설은 내가 읽은 그 글과 이 글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 만나 싶게 많이 달라 보였다.
'아들의 연인'은 유한계급 중년 부인의 자기 성찰적 고백이다.
mood - 정서의 구조 / 이것이 어디 계급차에만 적용되는 문제이겠냐만,
사회학에서 부르디외를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큼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차이의 정서적 구조가
이리도 주옥같이 표현될 수 있을까. 그 어떤 논리학이 문학을 제쳐두고 세계를 분석할 수 있을까.
단어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제외한다면, 차갑고 건조한 말투로 물화된 세계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그 섬뜩할 정도의 담담함에 기겁하고 만다.

아직 소설집에서 읽은 단편은 단 2편.
<내 아들의 연인>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의 구조를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면,
내가 읽은 다른 한 편의 소설 <밤이여, 나뉘어라>는 그녀가 한 번 여행한 곳에 대한 인상들로만
상상하여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어쩐지 치밀하지 못하고 붕 뜬 느낌이다.

다음 소설들을 마저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지금 내게 새롭게 의미 있는 작가가 그녀가 되는 건,
나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한강이 내게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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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6:30 - PM7:38

카테고리 없음 2008. 12. 10. 19:42
발신자: 有 (미상)
수신자: OO OO OO OO OO OO
회신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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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so

Diary 2008. 12. 4. 10:55
미친 듯이 바쁜 며칠이 지나고,
사실 지금도 많이 바빠야 하지만
약간의 패닉을 벗어나니, 오히려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

즐거움, 편안함, 일에 대한 집중력,
어쩌면 더없이 행복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
슬며시 불안한 맘이 개입한다.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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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

카테고리 없음 2008. 11. 17. 13:50
그땐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겨울이네.
며칠 사이에.
빨리도 변하지.
맘도. 빨리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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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딸을 보내는 애미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린다.
곁눈질로 제 어미를 보고 있던 딸은,
울지 않으려 어금니를 꽉 깨문다.

넓은 홀 안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가득 차 있다.
"신랑 신부네 집안이 참 좋다지요?"
"신랑은 대기업 다닌데요."
"신부가 참 참하게 생겼네요"
"예식장도 너무 잘 골랐다."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고 간다.
예식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다시 모으고,
서로의 계급을 다시 확인하며
유대관계를 쌓아간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존의 가족이
예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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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의 조합은 언제나 위악하지만
또 언제나 매력적이기도 하다.
꽥꽥 토악질을 해대고 나서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라니...
그러니, 우연히 시작된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야말로 친밀한 일상을 얼마나 잘 표현한 명작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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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쳐

카테고리 없음 2008. 11. 5. 18:08
손을 짤라버리든지, 기억을 도려내든지,
심장을 이식하든지
뭐든 하나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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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08. 11. 5. 11:43
다 쓰러져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나는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두 사람이 
힘겨운 숨을 토해내고 있다.
알고 있다.
살았다는 안도감 뒤로,
늘 환청인 듯, 그 숨소리가 들리고 있다.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
나만이 들을 수 있는 그 소리.
하지만, 다시 돌아가면, 나 역시 무너지고 말 것만 같다.
냉정하지 못하다. 여전히.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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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카테고리 없음 2008. 11. 4. 10:38
날짜를 적다보니, 어느덧 두 자리수 달이다.
시간은 가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앞날은 또 까마득. 
꼬박꼬박 돈 나오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이래저래 사람들이 끄덕일만한 일들을 하고 있다지만
무얼해야 할지는 또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앞날이 보여야 하는 거 아냐 싶지만, 나잇수가 무어 그리 의미 있을까.
살아온게 그런데.
떠나라는 사람들. 사그라든 꿈. 머물고만 싶은 마음.
내가 아는 나의 한계.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아, 보일러가 고장인지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올 겨울도 참 시리겠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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