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film review 2009. 1. 12. 12:30
유하 감독의 주제는 어느 TV 프로그램에서의 말마따나,
"소년에서 성인 남성으로의 성장"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여기에는 성장하고 싶지 않은 소년, 순수의 표상으로서 소년과
어쩔 수 없이 성장해버린 남성, 퇴락한 남성이라는 대립이 존재한다.
성장하고 싶지 않지만 기어이 소년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돈과 여자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리고 <쌍화점>에서
소년들의 우정을 깨버리는 건 여자들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에서 남자들의 행복한 관계를 깨버리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그녀들은 팜므파탈이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쟁취하지 못하고, 서사에서 아웃당함으로써 처벌받는다.)
그의 영화에서 남자들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역시 언제나 깨질 위험이 있다라는 점에서 판타지다.
그래서, 성인 남성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 존재했던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 판타지의 세계 자체이다.
이 공간은 실제로 존재했던 공간이 아니라 유비적으로 거슬러올라갔을 때 존재했어야 하는 공간,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판타지의 세계가 된다.
그리고 이 공간이 판타지의 세계가 됨으로써, 현재의 상실감을 보상해줄 수 있는 심리적 기재로써
이 영화의 공간이 그의 영화에서 재등장하는 것이다.

<쌍화점>이 동성애적 코드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하지만, 이건 마케팅적 측면이 크다.
그의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성사회를 모티브로 한다.
사실 그의 영화의 내러티브 공간은 거의 대부분 언제나 이 동성사회 안에 존재한다.
이것은 그의 영화의 지속적인 주제였었고, 이번엔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소년들은 '상실'과 '성장'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소년들은 '성장'하고, 그것을 깨달은 뒤 '상실'한 무언가를 가정하고,
실제로 있었다고 믿어버리고, 그것을 찾아나선다.

그것이 소년들의 모험담이 되고, 영화가 된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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