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4.11 몰락의 에티카
  2. 2008.12.27 내 아들의 연인
  3. 2008.10.09 편지
  4. 2008.09.27 와우북 페스티벌

몰락의 에티카

book review 2009. 4. 11. 02:26
작년 한해 가장 hot 한 문학비평집 중에 하나였다는 <몰락의 에티카>를 읽고 있다.
사실 hot 해서는 아니고, 조영일씨가 신형철 씨의 평론집을 보고 가라타니 고진을 오독했다는 식의(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반박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읽기 시작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서두까지 읽은 느낌은 대략 이렇다.

1. 두서 없이 이론들, 더 정확히는 개념어를 끌어오는 방식은 다소 안이하다. 개념어를 가져와 문학적인 표현으로 문장 안에 가져다 쓰는 방식(개념어 뒤에는 이 개념들을 사용한 이론가들의 이름이 밝혀져 있다.)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과시적이기까지 하다. 지적 허영으로도 보이고, 그것이 그가 말하는 진실일까 의문이 든다. 이미 기존의 의미들은 문장 안에서 탈각되어 버렸다.

2. 이런 글쓰기 방식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의문이 든다. 그가 비판하고 있는 거대담론에 대한 집착을 역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념어의 나열들 속에서, 그가 원하는 '문학적인 것을 찾아내는' 비평이 과연 가능할까? 오히려 그가 비평의 기능이 아니라고 했던 책 읽어주는 비평가의 기능을 그 스스로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3. 개인적 관심사로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고진에 대한 부분이다. 오래전 꼼꼼하게 읽지 않은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 이긴 하지만, 고진의 논지를 총체성에 대한 종언이라고 쉽게 말해버릴 수 있을까? 언제 고진이 총체성에 대한 집착을 내보인 적이 있었나? - 확인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고진씨와 당신이 아는 고진씨가 다른 것 같은데...

마지막에 선이 아니라 진실이 윤리라고 이야기하고, 주체의 총체성이 아니라 무의식의 총체성이 문학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실이 아니라 진심이 더 윤리적이거덩~ 그리고 무의식의 총체화가 가당키나 한 거야? 문학이 그렇게 대단해? - 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물론 몇 장만 읽고 하는 얘기다. 기억을 위해서. 끄적끄적. 좀 더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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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연인

book review 2008. 12. 27. 14:26
정미경의 단편집 <내 아들의 연인>에 있는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의 소설을 다시 보게 된 건 몇 년 만이다.
오래 전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라는 하루키 소설 같은 그 묘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었건만,
끈적끈적한 우울과 감상이 서린 변절한 운동권의 자기고백들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성찰이라고도, 후회라고도 할 수 없는 자기애가 아니꼽게 여겨졌던 것도 같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난 그녀의 소설은 내가 읽은 그 글과 이 글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 만나 싶게 많이 달라 보였다.
'아들의 연인'은 유한계급 중년 부인의 자기 성찰적 고백이다.
mood - 정서의 구조 / 이것이 어디 계급차에만 적용되는 문제이겠냐만,
사회학에서 부르디외를 제외하면 이렇다할만큼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차이의 정서적 구조가
이리도 주옥같이 표현될 수 있을까. 그 어떤 논리학이 문학을 제쳐두고 세계를 분석할 수 있을까.
단어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제외한다면, 차갑고 건조한 말투로 물화된 세계의 밑바닥을 보여준다.
그 섬뜩할 정도의 담담함에 기겁하고 만다.

아직 소설집에서 읽은 단편은 단 2편.
<내 아들의 연인>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의 구조를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면,
내가 읽은 다른 한 편의 소설 <밤이여, 나뉘어라>는 그녀가 한 번 여행한 곳에 대한 인상들로만
상상하여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어쩐지 치밀하지 못하고 붕 뜬 느낌이다.

다음 소설들을 마저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지금 내게 새롭게 의미 있는 작가가 그녀가 되는 건,
나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한강이 내게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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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book review 2008. 10. 9. 22:59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은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윤동주  詩 | 고승하 曲 | 안치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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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북 페스티벌

book review 2008. 9. 27. 22:53

북페스티벌의 최대 장점은 보고 싶었던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참여 출판사들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 별로 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나,
막상 보다보니 사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 결국 엄청 지르고 말았다.
나는 총 가방 꾸러미 네 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할인율이 높지 않았고,
특히 신간이나 좀 볼만한 책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일반 인터넷 서점들보다는 약간 싸게 파는 정도?
대폭 할인하는 상당수의 책들은 헌책방을 뒤져보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몇몇 출판사 부스들은 말만 잘 하면 책값을 더 깎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얄짤없이 적혀 있는 금액만큼만 할인해준다.

좀 더 책을 싸게 사고 싶다면
출판사들 말고 개인들이 여는 벼룩시장을 꼼꼼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페스티벌 거리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벼룩시장은(공영 주차장길 중 상수, 합정동 방면 길 무대 앞쪽) 가족단위로 나와 어린이들의 책을 처분하려는 사람들,
한때 누군가의 손길을 탔었을 사회과학서적과 지금은 구하기 힘든 만화책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격 저렴하고, 사람 적고, 흥정 가능하니 여느 벼룩시장 못지 않은 분위기가 참 좋다.
문제는 출판 부스들에 비하자면 책의 양이 훨씬 적으니,
사고자 하는 책이 없다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분위기만이라도 한 번 느껴보기를 권한다.

양손가득 책을 짊어지고 나오는 길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해외 북페어 가서 선배들이 "선물이야"라고 사오던 갖가지 도서관련 용품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예쁜 책갈피 같은 거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재활용 백 같은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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