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한 구석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풀리지 않는 말들.
영원히 아이처럼 있고 싶은데 기어이 등떠미는 사람들
영원히 아이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기어이 울고 마는 사람들
영원히 움직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가라고 하는 사람들
영원히 달리고 싶은데 자꾸만 정지를 외치는 사람들
영원히 잠들고 싶은데 기어이 깨우는 사람들
영원히 잠들고 싶지 않은데 기어이 잠들고야 마는 사람들
영원히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기어이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은데 기어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
영원히 이 작은 방에 머무르고 싶은데 기어이 떠나야 하는 나...
기어이 오고 말 것만 같은 그 시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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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3 답답
- 2008.09.01 한 편의 영화, 두 번의 화요일, 네 번의 술자리
- 2008.08.29 좋은 영화
- 2008.08.20 자존심
- 2008.08.17 i awoke
- 2008.08.13 shit!
- 2008.08.12 el ciego performed by charlie haden
- 2008.08.11 이름
- 2008.08.07 똘레랑스
- 2008.08.06 벌레
친구가 말했다. "숭고함이 느껴지는 모든 영화는 좋은 영화다" 라고.
나는 답한다. "진심이 느껴지는 모든 영화는 좋은 영화다"라고.
같은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는 때로 가장 비천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럴 수록 숭고함이 느껴질 때가 있으니 어쩌면 통하는 말.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
거짓말 하는 영화가 너무 많다. 하지만 뻔뻔히도. 잘도 찍지.
진심을 담은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못 찍고 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 그리고 밀려드는 무력감.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 나는 무얼 해야할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들을 격려하는 것뿐.
역시 무력한 걸까.
그래, 지금까지의 것들이 중요하지 않단 걸 깨달았다.
지금 여기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처음으로 멀리 떠나고 싶어졌다.
아니,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
이국에서 홀로 느꼈던 감정들이
여행지에서 그냥 한 번 느껴본 감정들이 아님을 알아버렸다.
온 몸에 전율이 돈다.
준비... 하려고.
짐을 쌀 준비.
그곳에서 무얼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가면 또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잊지 않을께.
잊혀지지 않으면 좋겠다.
Gustav Klimt / Drawing
언제나 몸은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다.
이 죽일 놈의 몸뚱아리들.
아직 난 정리가 되지 않았단 말이야...
El Ciego, the blind
At that time, ironically i awoke to myself hearing this song.어쩐지 허세부리는 듯한 이름.
아버지의 성을 따다 붙여 놓으니 시너지가 더한다.
깊이 없는 이름,
겉만 화려할뿐.
아무렇게나 가져다 붙여놓은 듯한 이름,
엄마는 내 이름을 다르게 짓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힘이 없었겠지.
이름이 달랐다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똘레랑스'라는 것을 익히고 있다지요.
그리 좋은 말 같지 않아 내팽개쳐두었던 그 단어를 새삼 꺼내어 봅니다.
자꾸만 마음이 걷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흐릅니다.
제어하려 해도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감정이었던가 봅니다. 이 감정은.
단 한치의 관용도 용납이 되지 않는,
아니면 나란 사람이
악착같이 살겠다고 바둥바둥 거리다
어느덧 옹졸하고 못난 사람이 돼버린 건 아닌지...
어느덧 내 안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칩니다.
나의 낡은 방에 벌레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제 살생과 공존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괜찮아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담한 척 괜찮은 척 해봐도 아무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늦은 밤, 불이 꺼진 방에 들어갈 때
언제나 큰 숨을 한 번 들이켜봅니다.
매일같이 방 주인을 대신하여 새로운 벌레들이 찾아오기 때문이죠.
아니, 그들에겐 내가 이방인이겠죠.
아주 오랫동안 살고 있는 녀석들이었을테니...
때로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벌레들이 너무너무 무서워 공포에 떠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두려움과 각성이 몸에 배어 버렸나 봅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버텨야지요.
벌레들과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면서
나는 이 생활에 지지 않겠노라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