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겨레 신문에 재미난 기사가 났다. 왜 꽃남표 기획은 잘 되는가에 대한 재미난 기사다. 또한 이들의 팬이 2,3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의 재배포 과정에 대한 성정치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지막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식의 비판은 꽃남의 담론형성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 ||||||||||||||||||||||||||||||||||||||||||||
| ||||||||||||||||||||||||||||||||||||||||||||
그들의 축제는 토요일·일요일이 아니라 월요일·화요일에 열린다. 한 커피 광고에서 귀신보다 무섭다고 묘사한 월요일이 그들에겐 기다리고 기다리는 날이다. 오로지 ‘꽃보다 예쁜 그분들’ 때문이다. 일찌감치 퇴근해 저녁 9시30분부터 텔레비전 화면을 닦으면서 <꽃보다 남자> 그분들을 기다린다는 누님들이 한반도 경향 각지에 빼곡하다. 이렇게 양산된 ‘꽃남폐인’들은 마이클럽, 디시인사이드 등에 둥지를 틀고 서로의 애틋한 마음을 나누고 꽃남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한 주 내내 꽃남을 복습 또 복습한다. 지금 이곳에선 무엇이든 꽃남에 비유된다. ‘꽃보다 예쁜 연아’ ‘스포츠 F4는 누구’, 심지어 원로 연기자들 중에서 ‘꽃보다 할배’도 선정돼 인터넷을 누빈다. 이렇게 30%의 시청률은 300%의 마케팅 효과를 내는 신기한 현상으로 확장된다. 이른바 ‘발연출’로 불리는 어색한 연출도, 손이 오그라드는 어색한 연기도, 꽃남이니까 모두 용서된다. 몸도 마음도 추운 계절에 <꽃보다 남자>는 지극한 위로가 되니까. 누군들 꽃남을 거부하랴. 지금 여기는 전파를 타고 향기가 번지는 ‘꽃남 공화국’이다.
마침내 ‘윤지후 찬가’가 나왔다. “지후선배 잔디앓이 누나들은 지후앓이/ 지후선배 애절눈빛 누나들은 가슴앓이… 이런선배 어디없나 초딩초카 내게묻네/ 대학가면 지후있나 미안하다 판타지다/ 지후선배 있다하면 내가지금 대학간다… 속도깊고 남자다운 파고드니 끝이없네/ 어떤여인 채갈까나 온국민이 시누이다.”
여성 시청률 66.7%, 전 국민이 시누라네
2월18일 여성포털 사이트 마이클럽(miclub.com)에 아이디 ‘ⓧ클쓰짱’이 올린 윤지후 찬가의 일부다.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아역으로 나왔던 유승호군에 대한 찬가 이후로 꽃미남 동생을 향한 누나의 ‘팬심’은 4구체 찬가로 절정에 달한다. 김현중이 윤지후를 연기하는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이렇게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찬가가 나오고 하루이틀 지나지 않아 ‘답가’도 나왔다. “어익후나 빵터졌네/ 또읽어도 내맘일세/ 전국민이 시누라네/ 독한시누 여기있네… 내소원은 환생하여/ 오빠라고 부르는거.” 마이클럽 아이디 ‘기림’이 쓴 ‘짧은 답가’다. 이렇게 ‘꽃남’은 여심을 흔들고 있다. 이민호가 연기하는 구준표에 대한 팬심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가히 ‘구준표 신드롬’이라 할 만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클럽 ‘꽃보다 남자 F4’ 게시판에 올라온 “전 민호 땜에 이상형이 바뀌었어요”라는 ‘외침’은 한반도를 넘어 해외로 퍼진다. “여긴 뉴욕입니다. 기대에 차 맨해튼을 헤매고 다녀야 할 제가 <꽃보다 남자> 때문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준표 울 민호 때문에 방구석에 처박혀… 기사 검색 및 드라마 다운로드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유혹>에 더 공감할 나이에 <꽃보다 남자>라니.” 여기에 모녀가 나란히 앉아서 꽃남을 보면서 울고 웃는 이야기도 더해진다. 마이클럽뿐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꽃보다 남자’ 갤러리 등에도 준표폐인, 꽃남폐인은 넘쳐난다. F4 가운데 나머지 두 명인 소이정(김범)은 금잔디(구혜선)의 친구인 추가을(김소은)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송우빈(김준)은 마카오에서 금잔디를 위해 날린 주먹 한 방으로 ‘프린스 송’이란 별명을 얻으며 떴다. 여기에 팬들은 원작인 만화를 근거로, 촬영 목격담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결말은 어떻게 날지를 예측하고 상상하며 설렌다.
공들여 만든 패러디 영상도 넘친다. 먼저 ‘꽃보다 남친’은 금잔디를 김범으로 대체해 <꽃보다 남자>를 꽃미남 사이의 애정을 담은 야오이물로 만들었다. 김범이 예전에 출연한 <거침없이 하이킥> <발칙한 여자들> 등을 <꽃보다 남자>의 영상과 조화를 이루게 편집해 마치 김범을 사이에 두고 구준표와 윤지후가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처럼 바꾸어버린 것이다. 편집의 마술로 금잔디 역할에 김범이 출연하는 듯 느껴지는 ‘꽃보다 남친’은 3~4편까지 시리즈를 이어가며 누리꾼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하나의 동영상은 ‘범이의 유혹’. 이것은 <아내의 유혹>을 줄거리로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활용해 하숙범이 구준표에게 차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 출연분을 활용해 김범이 멋지게 거듭나는 내용이다. 마지막엔 구준표가 금잔디를 보듯이 김범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유혹 시리즈는 ‘준표의 유혹’ ‘지후의 유혹’으로 이어진다. 성별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꽃남과 잔디의 성별을 바꾼 ‘꽃보다 여자’도 나왔다. 구준표가 ‘구준희’로 바뀐 ‘꽃보다 여자’는 <꽃보다 남자>의 줄거리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심지어 <꽃보다 남자>는 스릴러물로도 패러디된다. 김현중의 출연 장면을 활용해 마치 스릴러물이나 호러영화처럼 만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윤지후 사이코패스’도 인기다.
‘범이의 유혹’ 등 UCC도 인기몰이
혹시나 공중파에서 하는 <꽃보다 남자>를 놓쳐도 케이블을 통해 보고 또 보고 할 기회는 많다. 지금 채널만 돌리면 온통 ‘꽃남’이다. 예컨대 2월13~15일(금~일)에 케이블 채널인 KBS Drama에서 12회(금 4회·토 8회), tvN에서 20회(금 6회·토 4회·일 10회)가 방영됐으니 복습에 복습을 거듭할 기회는 ‘널렸다’. 물론 평일에도 채널을 돌리면 ‘꽃남’은 걸린다. 여기에 코미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패러디도 넘쳐난다. 역시나 여기도 채널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박휘순이 구준표로, 한민관이 윤지후로, 박지선이 금잔디로 나와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했다. 앞서 문화방송 <개그야>에서는 F4를 A4로 변주해 웃음을 안겼다. 또 <무한도전>도 ‘쪽대본’ 특집을 하면서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했다. 앞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F4 매력남 선발대회’에 이어 ‘여자 F4 선발대회’로 ‘선수’를 쳤다. 심지어 쇼핑 채널에선 성인 쇼호스트가 교복을 입고 나와 뉴칼레도니아 관광상품을 파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꽃보다 남자>에서 꽃남들과 금잔디가 뉴칼레도니아로 여행 가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009년 2월 대한민국은 ‘꽃남 공화국’이다.
꽃남 공화국의 주역들은 여성이다. <꽃보다 남자>의 성별 시청률에서 여성은 66.7%를 차지했다(AGB 닐슨미디어리서치 2009년 1월5일~2월10일 조사). 시청자 3명 중에 2명은 여성이란 통계다. <꽃보다 남자>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있지만 여성의 열광은 잦아들지 않는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이 이런 작품을 기다렸다는 느낌”이라며 “<커피프린스 1호점>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쌍화점>처럼 꽃미남이 단체로 나오는 작품이 근래에 실패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여성도 잘생긴 남성에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고 즐기는 문화가 이제는 대중화됐다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젊은 여성들은 2000년대 들어 야오이, 팬픽을 즐기면서 꽃미남의 미모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며 “<꽃보다 남자>는 이런 흐름이 방송 드라마 같은 주류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마치 남성들이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여성들은 드라마를 통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꽃보다 남자>가 유독 ‘꽃보다 남친’ 같은 야오이물로 자주 패러디되는 현상에서도 이런 저변의 흐름은 엿보인다. 이렇게 <꽃보다 남자> 열풍에는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눈이 시원한’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더구나 한 명도 아니고 F4 네 명의 꽃미남이 금잔디의 흑기사가 돼 서울에서, 마카오에서 불철주야 지켜주니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여기에 꽃남은 향수까지 자극한다. <꽃보다 남자>의 연령대별 시청률에서 눈에 띄는 계층은 30대 여성이다. 30대 여성이 <꽃보다 남자>의 시청자 중에서 15.5%를 기록해 20대 여성을 제치고 10대 여성과 함께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10대의 교실에서 원작만화를 돌려보고 20대에 대만판과 일본판 드마라를 다운받아 보았던 세대가 꽃남 열풍을 받치고 있다. 30대 여성 김민지씨는 “20대에 대만판 꽃남을 보면서 내가 여주인공이 된 듯이 설레고 나에게도 저런 사랑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가졌다면, 지금은 나도 한때 저런 사랑을 꿈꾸었지 하면서 추억에 젖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꽃보다 남자>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추억하게 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가끔은 유치한 장면도 용서가 된다. 더구나 이들은 캔디 세대가 아닌가. <꽃보다 남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들장미 소녀 <캔디>의 원형질을 재현한다. 겉으론 까칠하지만 마음속 깊이 금잔디를 아끼는 구준표는 테리우스, 금잔디의 솔메이트로 조용하게 곁에서 지켜주는 윤지후는 안소니를 무척이나 닮았다. 여기에 F4의 소이정과 송우빈은 안소니의 형제이자 역시나 캔디를 친구처럼 지켜주었던 아치와 스테아에 대입된다. 이렇게 외로워도 슬퍼도 쉽게 울지 않는 금잔디는 여성들의 잠자던 ‘캔디 본능’을 자극했다. 지금 여기의 여성들은 어쩌면 캔디처럼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지 모른다. 다만 시절이 어려워지면서 위로의 형식이 바뀌었다. 강명석 평론가는 “원래 서민 여성과 재벌 남성의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의 고전적인 소재”라면서도 “경제지표가 괜찮았던 시절의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파리의 연인>에선 재벌 남성이 (서민으로) ‘내려오는’ 쪽에 가까웠다면, <꽃보다 남자>에선 서민 여성이 ‘올라가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다수’ 악인? 여자의 적은 여자?
그리고 꽃남 열풍의 핵심에 ‘나쁜 남자’ 구준표가 있다. 직장인 유혜진(31)씨는 “까칠한 성격에 남성적인 매력 때문에 구준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재벌 신화그룹의 후계자로 자랐지만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성격이 까칠해진 준표의 매력에 여성들은 빠져든다. 누구나 자신을 좋아할 것이란 왕자병을 지녔지만 “기차 염통을 삶아 먹었나” “인간응보” “사팔귀정” 같은 실수를 남발하는 그의 빈틈은 여심을 녹였다. 하지만 구준표는 현실의 권력자이되 관계의 권력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구준표는 다른 드라마의 재벌 왕자님에 견줘도 관계의 약자에 가깝다. 그는 드라마 초·중반 내내 금잔디의 마음을 얻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구준표는 금잔디에게 “너는 매번 이런 식이야.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면 내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아버려”라고 말했다. 이렇게 현실의 권력은 구준표가 가졌지만, 관계의 권력은 금잔디에게 있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들이 신데렐라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금잔디에게 투사하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이 ‘먹히면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진 남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상황은 바뀌어 아버지가 숨지면서 구준표는 신화그룹 “70만의 인생”을 어깨에 짊어진 사나이가 되었다. 결국엔 금잔디의 진심도 얻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또 다른 시련이 남았다. <꽃보다 남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왕따 같은 폭력, 빈부격차 등을 여과 없이 묘사한단 지적이다. <꽃보다 남자>에서 주요 인물을 제외한 신화고 아이들 익명의 다수는 얼굴 없는 악인으로 보인다. 이들은 왕따에 적극 부역하고 폭력을 휘두르길 서슴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 드라마가 그동안 묘사해온 익명의 다수와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금잔디의 엄마와 친구인 추가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나오는 여성 인물 가운데 선한 캐릭터를 찾기가 힘들다. 목걸이를 훔쳐가는 등 금잔디를 괴롭히는 ‘못난이 세자매’처럼 여성의 적은 여성으로 묘사된다. 끊임없이 여성은 위협하고 남성은 보호한다. 다른 드라마도 그렇지만 꽃남은 이런 구도가 더욱 선명하다. 물론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현실이 있다. 차우진 평론가는 “금잔디를 향해 아이들이 소화기를 쏘는 장면이 나오기 얼마 전에 국회에서 실제로 소화기를 쏘는 폭력 사태가 있지 않았느냐”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드라마에서 그런 폭력을 본다고 거부감이 생기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의 비판에도, 몸과 마음이 추웠던 2009년 한반도에서 거센 한파를 녹였던 꽃남 열풍은 봄까지 이어질 기세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
내가 왜 집을 나왔던가 생각하다
문득 넓다란 책장을 갖고 싶어서였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나 독립엔 성공했지만, 나는 꿈을 이루진 못했다.
넓다란 책장을 가질려면 그만큼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생각할 줄 몰랐다.
아니, 책장은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은유하는 사물에 불과했다.
이미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에 책장 따윈 이유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마음이 앞선다.
내가 가진 걸 생각하기 전에.
그래서 지금 마음을 단단히 단도리 하는 중이다.
마음 가는대로 내버려둬선 안 될 것 같다.
잠결에도 알람소리를 듣고 시계를 꼭 부여잡는다.
아, 이제 시간을 꼭 붙들어두었으니 조금 더 자도 되겠구나-
눈을 뜨니 지각이다.
고작 그런 걸로 시간을 붙들어 둘 수 있나.
여유부릴 새가 없다.
며칠 사이에 300여편이 넘는 영화를 봤다.
마지막 며칠은 시간에 쫓겨 fast-forward를 누르는 횟수가 잦아진다.
모니터 화면에는 점점 빛이 번진다.
열을 받아 기계가 고장이 난 건지, 내 눈이 고장이 난 건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몸은 고장이 났다.
멀미가 일었다.
잠시 영화를 멈추고, 밥을 먹는다.
밥 먹는 동장이 지나치게 느리다. 슬로우모션.
영화 속 시간이 1.5배속, 2배속씩 흘러갔으니까
현실 속 시간은 그만큼 또 느리다.
unreal의 세계.
마비된 감각은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도 돌아오지 않는다.
마취가 덜 풀린 것처럼 알딸딸하다.
만류의 이유도 알겠고, 결말의 어정쩡함은 나 역시 불만이지만
간만에 쿠도칸 드라마 중에서는 좋았다.
물론 IWGP를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 그것의 뒤집어진 버전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는 일단 논외로 해야겠다.
하지만 내 경우에 세대론적 문제를 얘기해버리면 두 손 들어버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전히 전세대는 뒷세대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건가.
죽은 부모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죽은 부모를 대신할 아비라 여겼던 자는 살아남은 아이들의 희망을 뺏고,
결국 다시 어른따윈 믿고 싶지 않아라고 얘기하는 아이들.
(뭐 그러고서 다시 법의 이름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뭐냐 싶지만--;;;)
여기까진 뭐 그럭저럭 동의할 수 있는 선의 이야기고,
그닥 새롭지 않은 이야기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각자가 연출하는 사기극 혹은 외삽극이다. 만화로 치면 각 권의 본편이 끝난 후 작가가 번외로 그려넣는 삽화 같은 거다.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었으니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작가의 모든 상상력과 하고 싶은 속얘기가 드러나는 곳일 것이다. (원작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호숫가 살인사건", "용의자 X의 헌신" 등을 쓴 사람이다. 소설로는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고, 드라마나 영화로만 보았었는데, 넌덜머리 나는 우울함을 가진 사람임엔 분명한 듯 싶다.)
추정컨대, 원작이 굉장한 비관으로 일관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식으로 갔다면
이 드라마는 이 사기극(외삽극) 때문에 비관 일색으로 가지 않는다.
"유족도 웃을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냐?" - 니노미야의 이 말은 아마도 이 소설을 드라마화 시키고 싶은 작가의 애초의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14년동안 복수를 다짐하는데, 어릴 때 살해당한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 기간 내내 복수를 다짐할 수 있으며 쭈욱 우울할 수 있냐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쩌면 잊혀져가는 부모, 그래도 짐스러워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처를 가까스로 해결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세대론의 찌꺼기, 잔여물을 소진시켜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게 완전연소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말이다.
http://kr.youtube.com/watch?v=TSmfNxmaQHc
(Accoustic Version) http://kr.youtube.com/watch?v=NV19InMqicI
본인들도 지겨운 듯 노래부르는 Accoustic version 과
뭔가 들뜨고 열의로 가득한 위의 뮤직비디오를 비교해보라.
귀엽지 않은가.
마치 거리의 광대들, 영화 <노벰버>를 보는 듯한 유쾌한 뮤직비디오다.
The Cure - 많이 노쇠했지만, 좋은 밴드다.
영국의 악동들 같은 느낌을 주는 멜로디와 로버트 스미스의 목소리.
무엇보다 이 노래의 i don't care~ 같은 심정이 좋다.
꼭 에헤라디야~ 같은 느낌이다.
월요일이 우울하대도 상관없어요. 회색빛 화요일과 수요일도요.
목요일엔 당신에 관해서도 신경쓰지 않겠어요.
금요일엔 사랑에 빠질거거든요.
금요일에 사랑에 빠진다는데 무어라 토를 달겠어요.
I don't care if monday's blue
Tuesday's grey and wednesday too
Thursday i don't care about you
It's friday i'm in love
Monday you can fall apart
Tuesday wednesday break my heart
Thursday doesn't even start
It's friday i'm in love
Saturday wait
And sunday always comes too late
But friday never hesitate
I don't care if monday's black
Tuesday wednesday heart attack
Thursday never looking back
It's friday i'm in love
Monday you can hold your head
Tuesday wednesday stay in bed
Or thursday watch the walls instead
It's friday i'm in love
Saturday wait
And sunday always comes too late
But friday never hesitate
Dressed up to the eyes
It's a wonderful surprise
To see your shoes and your spirits rise
Throwing out your frown
And just smiling at the sound
And as sleek as a shriek
Spinning round and round
Always take a big bite
It's such a gorgeous sight
To see you eat in the middle of the night
You can never get enough
Enough of this stuff
It's friday
I'm in love
I don't care if monday's blue
Tuesday's grey and wednesday too
Thursday i don't care about you
It's friday i'm in love
Monday you can fall apart
Tuesday wednesday break my heart
Thursday doesn't even start
It's friday i'm i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