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잠들고싶지않아 버텨볼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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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원고 세 개가 나란히 겹쳤다.
하나는 2개월여전부터 시작됐던 일이고, 하나는 이달 초에 제안받은 일이고,
하나는 거의 2~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짧은 쪽글이다.
2개월여 전부터 시작된 일은 갑자기 마무리에 들어간다며 쪼기 시작했고,
이달 초에 제안받은 일은 내가 애초 생각했던 영화와는 전혀 달라 그 난감함에 계속 미루고 있고
2~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짧은 쪽글 역시 이 번 주에 걸린 책이 하필이면 너무 끌리지 않는 책이라 읽어보지도 않고 쳐박아두고 있다.
마감일은 각자 달랐지만, 글을 쓰는 게 전업이 아닌 나로서는 다른 일에 밀려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 순간
같이 마감일에 겹쳐버렸다.
뭐, 마감 제대로 못 지킨 내 책임이 제일 크니 일단 내 잘못 반 접고 들어가고
그래도 오늘 편안히 크리스마스를 끝내고 한 번에 밀려드는 원고 전화에 슬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첫 번째 글은 여러 저자가 함께 쓰는 글이니 글의 전반적인 톤을 맞추겠다고 멋대로 뜯어고치고선,
수정이 잘 됐는지 못 됐는지, 수정하다 보니 빈 부분이 있으니 빈 부분을 채워달래느니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올해 말까지 마감 맞추겠다고 남의 일정 무시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정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두 번째 독촉전화. 그래, 전화할만하지. 많이 미뤘으니까.
문제는 이 전화한 당사자는 내가 원고 받을 게 있을 땐 잠수 타서 애 실컷 먹여놓고
자기가 전화할 때는 책 안 나온다고 온갖 빈정상하는 말들을 다 늘어놓는 게 참--;;
이 게 첫번째 독촉 전화라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못한 게 있으니 일단 미안하다고는 했는데 두 번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마감 일정도 알려주지 않고, 자기네 일정에 무작정 맞추라는 건 정말 싫다.
누구나 다 각자의 일이 있는 거라고.
최소한의 예의. 참. 이런 말을 내가 하게 되다니.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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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사람

카테고리 없음 2009. 11. 21. 04:50

다음 날도 괜찮았고 그 다음 날도 괜찮았는데
꼬박 열흘이 지나서야 마음이 아프단 걸 느낍니다.
참으로 더딘 사람입니다.
어느덧 찾아온 고요함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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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카테고리 없음 2009. 11. 11. 11:32
성형수술을 한 살인범이 잡혔다는 기사를 보고 1Q84의 세계를 생각하다 그만 할 말을 까먹어버렸다.
...
아침 결에 무언가 생각하다가 "이거 왜 이래. 나는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 건 할 수 없어." 라는 말이 떠오르고 말았다. 이 얼마나 추한 말이던가.
시간을 추억 삼아 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추억 이상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루한 상념과 기만적인 자긍심.
지금 현실이란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저딴 생각을 한다면 부숴버릴테야.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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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film review 2009. 11. 3. 00:14
서우의 큰 눈동자가 보여주는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는다.
이선균의 주변에 머무르는(혹은 머물렀던) 세 여자.
한 명은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첫 사랑.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알고 있었던 듯 하지만 다른 남자를 선택했고
남자를 놓아주지도 않는다. 첫사랑은 남자에게 잊지 못할 부채감을 가져다 준다.
또 다른 한 여자는 남자를 한없이 사랑해줄 것 같은 여자.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여자. 팜므파탈.
이 팜므파탈 같은 여자가 서우다. 하지만 전형적인 팜므파탈은 아니다.
그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그녀는 남자를 위험에 빠뜨린다.
그 감정을 드러내는 건 대사도 아니고 제스처도 아니고 온전히 서우의 커다란 눈이다.
쉴 새 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눈빛. 이 눈빛이 영화의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이 배우를 보고 있으면 마치 '밀레니엄 맘보'의 서기를 보는 것 같다.

악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그녀의 존재. 이유없는 죄의식으로 사랑도, 철거 운동도 하고 있는 남자. 그 무게가 너무 깊어 아픈 영화.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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