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원고 세 개가 나란히 겹쳤다.
하나는 2개월여전부터 시작됐던 일이고, 하나는 이달 초에 제안받은 일이고,
하나는 거의 2~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짧은 쪽글이다.
2개월여 전부터 시작된 일은 갑자기 마무리에 들어간다며 쪼기 시작했고,
이달 초에 제안받은 일은 내가 애초 생각했던 영화와는 전혀 달라 그 난감함에 계속 미루고 있고
2~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짧은 쪽글 역시 이 번 주에 걸린 책이 하필이면 너무 끌리지 않는 책이라 읽어보지도 않고 쳐박아두고 있다.
마감일은 각자 달랐지만, 글을 쓰는 게 전업이 아닌 나로서는 다른 일에 밀려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 순간
같이 마감일에 겹쳐버렸다.
뭐, 마감 제대로 못 지킨 내 책임이 제일 크니 일단 내 잘못 반 접고 들어가고
그래도 오늘 편안히 크리스마스를 끝내고 한 번에 밀려드는 원고 전화에 슬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첫 번째 글은 여러 저자가 함께 쓰는 글이니 글의 전반적인 톤을 맞추겠다고 멋대로 뜯어고치고선,
수정이 잘 됐는지 못 됐는지, 수정하다 보니 빈 부분이 있으니 빈 부분을 채워달래느니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올해 말까지 마감 맞추겠다고 남의 일정 무시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정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두 번째 독촉전화. 그래, 전화할만하지. 많이 미뤘으니까.
문제는 이 전화한 당사자는 내가 원고 받을 게 있을 땐 잠수 타서 애 실컷 먹여놓고
자기가 전화할 때는 책 안 나온다고 온갖 빈정상하는 말들을 다 늘어놓는 게 참--;;
이 게 첫번째 독촉 전화라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못한 게 있으니 일단 미안하다고는 했는데 두 번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마감 일정도 알려주지 않고, 자기네 일정에 무작정 맞추라는 건 정말 싫다.
누구나 다 각자의 일이 있는 거라고.
최소한의 예의. 참. 이런 말을 내가 하게 되다니.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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