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없는 딸을 보내는 애미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린다.
곁눈질로 제 어미를 보고 있던 딸은,
울지 않으려 어금니를 꽉 깨문다.

넓은 홀 안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가득 차 있다.
"신랑 신부네 집안이 참 좋다지요?"
"신랑은 대기업 다닌데요."
"신부가 참 참하게 생겼네요"
"예식장도 너무 잘 골랐다."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고 간다.
예식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다시 모으고,
서로의 계급을 다시 확인하며
유대관계를 쌓아간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존의 가족이
예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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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의 조합은 언제나 위악하지만
또 언제나 매력적이기도 하다.
꽥꽥 토악질을 해대고 나서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라니...
그러니, 우연히 시작된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야말로 친밀한 일상을 얼마나 잘 표현한 명작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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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쳐

카테고리 없음 2008. 11. 5. 18:08
손을 짤라버리든지, 기억을 도려내든지,
심장을 이식하든지
뭐든 하나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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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08. 11. 5. 11:43
다 쓰러져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나는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두 사람이 
힘겨운 숨을 토해내고 있다.
알고 있다.
살았다는 안도감 뒤로,
늘 환청인 듯, 그 숨소리가 들리고 있다.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
나만이 들을 수 있는 그 소리.
하지만, 다시 돌아가면, 나 역시 무너지고 말 것만 같다.
냉정하지 못하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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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카테고리 없음 2008. 11. 4. 10:38
날짜를 적다보니, 어느덧 두 자리수 달이다.
시간은 가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앞날은 또 까마득. 
꼬박꼬박 돈 나오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이래저래 사람들이 끄덕일만한 일들을 하고 있다지만
무얼해야 할지는 또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앞날이 보여야 하는 거 아냐 싶지만, 나잇수가 무어 그리 의미 있을까.
살아온게 그런데.
떠나라는 사람들. 사그라든 꿈. 머물고만 싶은 마음.
내가 아는 나의 한계.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아, 보일러가 고장인지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올 겨울도 참 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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