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into the eye 2008. 10. 15. 02:05
밤 10시 불광역 3호선 출구.
마감을 서두르는 대형마트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앞 거리 위로
채소며, 과일이며, 정성스레 다듬어진 재료들을 늘어놓고,
소매상들이 멀뚱하니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소매상이라 할 것도 없다.
길 위에 보자기 하나 깔아놓고,
뒷마당에 키운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적은 양의 나물 몇 가지들을 펼쳐 놓았을 뿐이다. 얼마나 팔았을까? 채소가 담겨진 바구니는 아마도 처음 이곳에 자리를 깔았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쉼없이 사람들을 토해내던 마트의 문이 닫히고, 
거리의 인적이 드문드문해진다.  
소매상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난다.
바구니의 무게는 끝까지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 하루도 공쳤구나-

부끄러웠다. 나 역시 마트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혼자살이엔 언제나 많은 양을 파는 마트.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 푸석푸석한 채소들.
결국 버리고야 마는 것들을 사들고 가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것보다,
행여 이것이 동정일까, 잊혀진 감상일까 의심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생각이 거기에서 그만 멈춰버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창피해서, 슬퍼서, 화가 나서 돌아오는 길.

이런 게 구조인거야. 구조. 수없이 되뇌었던 말들.
잊혀진 단어들.
그래, 그래서 넌 도대체 뭘 할테냐.
Posted by peachbox
,

just as we are going

Diary 2008. 10. 13. 22:02

나의 조급함이 누군가의 목을 죄지 않도록,
누군가의 욕심이 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그렇게
just as we are going...

Posted by peachbox
,

편지

book review 2008. 10. 9. 22:59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은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윤동주  詩 | 고승하 曲 | 안치환 노래
Posted by peachbox
,

앙코르와트

Diary 2008. 10. 1. 10:22
속내를 보고 말았다.
끝까지 감추지.
바보.
Posted by peachbox
,

와우북 페스티벌

book review 2008. 9. 27. 22:53

북페스티벌의 최대 장점은 보고 싶었던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참여 출판사들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 별로 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나,
막상 보다보니 사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 결국 엄청 지르고 말았다.
나는 총 가방 꾸러미 네 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할인율이 높지 않았고,
특히 신간이나 좀 볼만한 책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일반 인터넷 서점들보다는 약간 싸게 파는 정도?
대폭 할인하는 상당수의 책들은 헌책방을 뒤져보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몇몇 출판사 부스들은 말만 잘 하면 책값을 더 깎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얄짤없이 적혀 있는 금액만큼만 할인해준다.

좀 더 책을 싸게 사고 싶다면
출판사들 말고 개인들이 여는 벼룩시장을 꼼꼼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페스티벌 거리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벼룩시장은(공영 주차장길 중 상수, 합정동 방면 길 무대 앞쪽) 가족단위로 나와 어린이들의 책을 처분하려는 사람들,
한때 누군가의 손길을 탔었을 사회과학서적과 지금은 구하기 힘든 만화책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격 저렴하고, 사람 적고, 흥정 가능하니 여느 벼룩시장 못지 않은 분위기가 참 좋다.
문제는 출판 부스들에 비하자면 책의 양이 훨씬 적으니,
사고자 하는 책이 없다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분위기만이라도 한 번 느껴보기를 권한다.

양손가득 책을 짊어지고 나오는 길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해외 북페어 가서 선배들이 "선물이야"라고 사오던 갖가지 도서관련 용품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예쁜 책갈피 같은 거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재활용 백 같은 것도... 아쉽다.
Posted by peachbo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