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

Diary 2009. 2. 25. 00:06

잠결에도 알람소리를 듣고 시계를 꼭 부여잡는다.
아, 이제 시간을 꼭 붙들어두었으니 조금 더 자도 되겠구나-
눈을 뜨니 지각이다.
고작 그런 걸로 시간을 붙들어 둘 수 있나.
여유부릴 새가 없다.

며칠 사이에 300여편이 넘는 영화를 봤다.
마지막 며칠은 시간에 쫓겨 fast-forward를 누르는 횟수가 잦아진다.
모니터 화면에는 점점 빛이 번진다.
열을 받아 기계가 고장이 난 건지, 내 눈이 고장이 난 건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몸은 고장이 났다.
멀미가 일었다.

잠시 영화를 멈추고, 밥을 먹는다.
밥 먹는 동장이 지나치게 느리다. 슬로우모션.
영화 속 시간이 1.5배속, 2배속씩 흘러갔으니까
현실 속 시간은 그만큼 또 느리다.
unreal의 세계.

마비된 감각은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도 돌아오지 않는다.
마취가 덜 풀린 것처럼 알딸딸하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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