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eye'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08.03.12 운동선수와 네티즌 2
  2. 2008.02.28 개념의 유동성
1. 비운의 국민영웅
K-1을 잘 모르는 나로서야 알 길이 없지만, K-1 좋아한다면 누구나 다 안다는 추성훈 선수.
'온 국민'에게 가장 매체파워 강하시다는 MBC의 두 '무~' 버라이어티 중 하나, 무릎팍 도사 출연하신 후 그 '온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는 추성훈 선수.
역시나 왠만한 정치인보다 대중 장악력 센 무릎팍 도사님 나오셔서 몇 마디 건네주시니 네티즌들 열광하시어 일약 국민영웅으로 등극하시고야 말았다.
비운의 스포츠 스타, ('국민감정' 제대로 자극해주시는) 일본에서도 찬밥 신세 되었는데 '제 나라'에서 운동하고 싶다고 찾아왔더니 스포츠학벌주의가 판쳐 여기서도 좌절, 그 중간지대에서 발버둥쳐야 했으니 눈물나지 않는가, 게다가 뛰어난 유머 감각과 센스, 성실함에 화려한 경기 전적 그 아니 대단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고 좋아할 순 있겠고, 그 스포츠 세계의 이기주의와 국가 시스템을 비판할 순 있겠지만, 이게 어찌하여 민족사의 굴곡으로까지 확장되느냐 말이다. 어찌하여 추성훈의 이야기는 비극적 탄생과 고난,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현재(게다가 미녀 여친까지)로 이어지는 퍼펙트한 영웅서사를 구축, 그래서 신화가 되느냐 말이다. 구체적인 선수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찌 그리 추상적인 수사가 많이 붙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 야구와 지역성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야구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착찹. 사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왜 또 도대체 게시판은 난데없는 지역색 논쟁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해태선수 = 전라도 놈(!)'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이 이상한 방향에서 논쟁이 붙어 골로 뻗어나간다. 나는 이 뻔뻔한 댓글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KBO의 성립 자체가 애초에 지역색을 골간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제발 좀, 그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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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유동성

into the eye 2008. 2. 28. 10:43

감정적 행위를 포함하는 단어는 결코 고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 개념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확정형의 형태로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에 들은 두 가지의 말.

"성장영화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어느 시기건 성장을 하니까요."
"치유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치유될 순 없으니까요."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이 두 말엔 '성장'이든 '치유'든 이미 종료된 행위로 정의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아하고, 그 무기력한 사유에 대해서 답답하다.
'완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성장'이나 '치유'는 매일매일 반복되고,
성장했다 퇴화했다 치유되었다 다시 아팠다 하는 순간들이 굴곡처럼 오르내릴 것이다.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성장이나 치유를 그래서 신뢰의 차원으로 치환시켜 "믿지 않아요"라고 말해버리면,
매일매일에 일어나는 이 과정들은 언제나 무시되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사유라는 것은 언제나 간과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의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고,
괜찮아졌다 싶다가도 다시 엎어지고,
성장했다 다시 구차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내 인생의 성장 따윈 없고, 내 고통의 치유 따윈 없다고 쉽게 믿어버리는 바보가 되지는 않기로 했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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