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회 2를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흑사회 2가 상하이로의 이동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형성 과정의 체현을 다루고 있었다면, 흑사회는 침사추이를 장악한 조직의 전통과 형제애, 암투가 다루어지고 있다. 97년의 홍콩 반환 이후에도 홍콩은 그리 달라보이는 것이 없다. 조폭이던 친구가 알고보니 경찰이었다는 것 정도? 이제 경찰은 더 뻔뻔하게 경찰짓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Triad는 여전히 조직의 전통을 고수하고, 경찰이 떨어져나갔다는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경찰은 그들을 이제 암적인 존재로 취급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제력은 막강하고, 그들이 가진 전통은 확고하다. 그래서 이 모든 영화적 순간들은 흑사회 300여년의 역사와 의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몰아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조직의 회장으로 선출된 록은 회장직을 둘로 하면 어떻겠냐는 Big D와 이를 목격한 그의 아내를 무참하게 죽인다. 그것이 조직을 지키기 위함인지 혹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함인지는 분명하진 않지만, 후자에 가까워보인다. 이 애매모호함이 이 영화의 결을 훨씬 두텁게 만든다. 의리, 혹은 정의란 없다는 것을 단 1분이라는 순간 안에 순식간에 해치워버린다. 사실 그래서 이 지점이 조금 배반스럽기도 하다. (아직은 판단 보류라는 뜻). 삼합회가 더 이상 갱단으로서의 의미보다 지하 경제를 움직이는 자들로서 의미가 좀 더 있다면 신자유주의적 체제의 완전한 도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홍콩반환 이후의 홍콩은 그처럼 더욱 잔인하고, 겉으로는 명예로움과 의리를 지키려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내가 살아야한다는 강한 강박이 존재하는 듯 하다. 자기가 공들여 쌓아올린 것을 스스로 여지없이 부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놀랍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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