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클립만 보고 나의 관심 주제인 전후 returning home과 nation building의 관계에 관한 영화인줄 알았으나 영화는 훨씬 더 경쾌하게 nation building의 문제를 가로지른다.
영화에서 카르멘은 도쿄에서 성공한 댄서로 어린 시절 집을 나간 후 몇 년만에 집으로 귀환한다. 그녀는 여러모로 영화 속 장님 오르간 연주자와 대비된다. 그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장님이 되었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예술가이다. 영화 속 카르멘이 '저속한' 예술가로 묘사되고 개인적 영리를 위해 도망갔던 것과는 무척 대비적이다. 그러나 자칫 국가적 영웅으로 그려질 수 있는 장님이 주축이 아니라 제멋대로의 카르멘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그녀의 공연이 성공리에 마을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아버지의 승인을 득함으로써 카르멘은 개화되지 않고 그대로의 카르멘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교장으로 대표되는 국가는 불경스런 대중문화를 자신들의 자장 안으로 용인하고, 이 불경스런 예술에 동화된 못된 초기 자본가도 개화시키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이 새로운 문화의 탄생마저도 포섭한다.
리터닝 자체가 현재를 바꾸는 것이다.
보통의 전후 영화들에서 리터닝한 사람들은 과거를 부인하고 과거의 역사를 새로 쓰는 작업을 하는 반면, 이 영화에서 리터닝은 현재가 과거와 조화를 이루면서 유지된다. 오히려 과거는 언급되지 않고, 상처로 남아 있는 기억을 현재가 당차게 이끌고 나간다.
아시아에서 최초의 근대적 경험이라 할 만한 전쟁,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근대화의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각 국가들이 어떻게 nation을 형성했는지 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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