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그의 영화가 최절정에 도달했을 때조차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통합',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미국적 가치.
나는 그의 영화에 이 메세지가 덜할 수록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물론 그의 영화에 이 메세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조차 그의 진심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숱하긴 하지만.

<인빅터스>는 그 중 어느 쪽이냐 하면 이 메세지가 너무 강해서 프로파간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쉽사리 이 영화에 동의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가 싫다라는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넬슨 만델라에 관한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넬슨 만델라가 아니라 멧 데이먼이 연기한 한 럭비 선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즉, 버락 오바마 시대에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 지도자가 어떠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의 시기에 국민들은 어떠해야 하는가하는 문제.
그래서 영화 속에서 넬슨 만델라는 한없이 고정되어 있고, 아무도 그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가족에 대한 금기사항), 그를 만난 어느 누구도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시대는 바뀌었고 바뀌어야 하는 건 국민들이다. 내러티브의 축을 이끌고 가는 건 넬슨 만델라지만 - 그에게 너무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있는 초반부는 그래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 여기에서 역동적으로 다른 축을 그려내는 건 럭비선수 (개인)의 문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그를 바라보는 넬슨 만델라의 시선과 그 시선을 받아들이며 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멧 데이먼을 보여주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물론 이 영화의 직접적인 메세지가 싫을 수도 있다.(그랬다면 그의 이전 영화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미국적인 장르라 불리우던 서부영화의 히어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였고, 그의 최근 영화의 주제엔 크든 작든 미국적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즉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인물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이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은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는 미국의 역사를 살았다. 그리고 새 시대의 상징처럼 새로운 지도자를 만났다. 그는 질문한다. 시대는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Posted by peachbo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