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카테고리 없음 2008. 7. 16. 02:40
12시가 넘어 귀가. 마늘을 다지고 이것저것 설겆이거리들을 찾아 마치고 나니 어느덧 2시다.
역시 아직 독립 초보생활. 어찌나 많은 마늘을 다졌는지, 손에선 아직도 마늘 냄새가 난다.

각설하고.
사방이 원룸으로 둘러쌓여 있고, 그 가운데 중정을 끼고 있는 이 집은
총 7개의 가구가 살고 있다.
그들 중 직접 마주친 가구는 두 가구.
들었던 바대로라면, 굉장히 가족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줄 알았건만.
역시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집 답게, 폐쇄적이다.
내 방 라인을 제외하곤, 서로 마주보는 쪽의 창들도 조그만 쪽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쩐지 나만 까발려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각 방 사람들의 인기척은 간간이 들을 수 있다.

며칠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 집 사람들은 굉장히 늦은 귀가를 한다.
밤 12시에 퇴근해도 언제나 내가 제일 먼저 불을 밝히는 사람이다.
자려고 누우면, 하나 둘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오래되어 부식한 대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새벽 내내 이어진다.
그리고, 늦은 귀가는 당연히 늦은 기상으로 이어진다.
점심 때 집에 있노라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나 같은 직장인은 이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어떤 이는 또 이 공간을 작업실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바깥 세상에선 평범한(그리 스탠다드 하진 않지만;;;) 직장인인 나는
이 집에선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
이 집이 가장 활발할 때 내 방은 텅 비어 있고
이 집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내 방은 홀로 돌아가고 있다.
휴-. 이래서야. 숨쉬며 사는 거 맞는 거야?


Posted by peach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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